병원에서 의식을 찾았을 땐
주위에 친정 언니와 생사조차 몰랐던 남편이 있었고
남편은 한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은채 아무말 없이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신 닦아내고만 있었다고 한다.
의사는 극심한 충격에 의해 그런 것이라며 실어증이 올 수도 있으니
절대 안정을 취해야 되고 당분간 입원해서 지켜봐야 될것 같다고 했으나
병원에서 만 하루가 지난 뒤에 집(전세집)으로 돌아왔고 아무 생각조차 없었으니
남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건만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 다음날 남편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겪어온 얘기를 하는데
마치 남의 얘기를 듣는 느낌이였다고 한다.
부도 후 남편은 몇푼 안되는 돈을 달러로 바꾼후 외국으로 밀항을 하기 위해
수소문 한끝에 어렵사리 외항선(화물선)을 얻어타고 뱃길에 오르게 되고
배에서 허드렛 일을 하면서 지나길 몇날이 될무렵,
중간 기착지인 지중해 어느 항구에 도착하게 됐는데
죽을때까지 이배를 탔었다는 얘기는 하지말라는 신신당부를 하면서
눈치껏 튀라고 해서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밀입국자 신세가 됐었다고 한다.
어디인지도 또 말도 통하지 않으니 물어 볼수도 없고 하루에 한끼 식사정도로
때우면서 무조건 한국인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에 동양인으로 보이면
말을 걸어 한국인이냐고 묻곤 했었는데 대만계나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이 대부분이고
다행히 한국인이다 싶으면 선원이여서 절망의 나날이였는데
어느날 그곳에 사는 한국인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건어물을 취급하는 사람이였는데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고 혹독하게 일을 시키는데
심지어 폭력까지 불사하는 사람이였다고 한다.
노예와 같은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날,
이건 아니다 싶어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 먹게 되는데
수중에 돈도 없고 그동안 밀린 월급이라도 달라치면 얻어 터지지 않으면 다행이여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선원들에세 돈을 빌리기로 마음먹고
시간 나는대로 길거리에서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이면 언제 갚을지도 모르는 돈을 빌리기로 했었다고 한다.
말이 빌려달라는 거지 구걸인 셈이였고 돌려받지 못할 돈이 뻔한데 누가 쉽게 빌려 주려 했겠는가 ?
그러기를 여러날, 어느 한국인 여행객으로 부터 그럴 필요없다는 그의 주소를 물어 적고
거금 50 달러를 빌릴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 돈으로 열차표를 사서 도착한 곳이 그 나라의 수도,
도시가 커서인지 이틀만에 쉽게 한국교포를 만나게 됐고
현지에선 제법 성공한 사람이였으며 인품도 좋은 사람이였다고 한다.
그의 도움으로 그렇게 그곳에 정착한 후
우선 말부터 배워야 했으므로 일하랴 말 공부하랴,
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일념에 일이 끝난후 닥치는대로 다른 일(투쟙)도 불사하다 보니
하루에 3~4 시간의 수면밖에 취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기를 여러해,
그곳에서 알게된 교포(사장)의 주선으로 그 나라 국적도 얻게 되고 돈도 모을수 있었으며
문득 문득 가족들에게 소식도 묻고 싶었으나 마음이 흐트러질까 봐,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을 데려 오고픈 마음에
독한 마음으로 꾹 참고 열심히 일만하고 살다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러갔다는 것이였다.
이제는 집도 장만하고 크진 않지만 먹고 살만한 점포도 준비가 되어
가족을 데리고 가서 함께 살려고 이렇게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이였다고 한다.
눈물속에 이어질듯 끊어질듯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었던 거다.
글/ 산골 너구리.
흐르는 곡
I Love You - Nikos Ignati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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