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인연 (因緣).

서프란 2007. 8. 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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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후배중,

이혼하고 아이 남매가 딸린 여자와 재혼을 해서 아주 정겹게 사는 친구가 있다.

간간이 아내 덕분에 지방 방송이지만 토크 쇼에도 출연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아내는 나에게 꼭 시청해 달라고 문자를 보낸다.

방송 출연이 잦은 이유는 그의 아내가 늦깍이로 음반(CD)을 내고 트로트 가수로 데뷰했기 때문이다.

들어 보라고 나에게 CD를 줬었지만 한곡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바쁠 것도 없지만 원래 뽕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배의 이혼동기는  장교로 장기간 군생활을 하다가 예편을 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됐는데 본처는 신혼때부터 따로 사는것이 습관이 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게 숨이 막혀 도저히 못살겠노라며

이혼을 요구해서 결국 이혼을 하게 됐고

재혼한 아내는 후배가 예편하고 대학 강단에서 교양과목 강의를 하던중

만학도인 그녀를 만났으니 사제지간인 셈이다.

 

그 친구는 그녀의 아이둘(남매)을 거두어 같이 공부를 시키고

거금을 들여 그녀의 평생 꿈이였던 가수로 데뷰까지 시켜줬으니

그녀는 횡재를 만난거라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나는 그들을 지켜 보면서 문득 강 태공을 생각하게 된다.

강 태공은 중국 주왕조 시대의 실존인물로서 염제의 후손이며, 본명은 강 상이다.

빈 낚시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는 바로 그 사람,

낚시꾼들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인물이지만 실질적으론 낚시와는 거리가 멀다.

 

강 태공에게는 본처가 있었었는데

날마다 돈벌이는 하지 않고 글로서 세월을 보내기만 하니

가난이 지겨워 고생만 뼈 빠지게 하다가 중년이 넘은 나이에 집을 나가 버리게 되고

강 태공은 혼자 남아 거지같은 삶을 살고 있었는데

70 줄에 넘어선 그에게 젊은 아낙이 찾아와 같이 살겠다며 들어와서

없는 살림에 친정쪽에 가서 보리겨, 쌀겨 등을  챙겨와 지극 정성으로 모시게 된다.

이 모습에 감동을 받은 강 태공은 생각을 바꾸어 

뜻을 두지 않았던 정계에 (서 백창이란 자를 만나 ) 80세의 나이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주나라의 재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어떤이는 말한다.

[조금만 더 참지, 본처는 뒷바라지 하느라고 고생만 죽도록 하고

후처는 얼마 고생도 하지 않고 정경부인 자리를 차지했다]라고...

 

그러나 그 상태로 계속 살았다면

강 태공이 재상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타성에 젖어 그려려니 하면서 그삶을 살았을 테니 말이다.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예기치 못한 인연이 때론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글 / 섭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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