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인스턴트 부킹.

서프란 2007. 4. 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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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겨울내내 하지 못했던 산행이랄 것도 없는 산책길을 나섰었다.

모두 오래 살아 보겠다고 그러는지 몰라도

등산길 초입부터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까만 앵경을 쓰고 가는데도 용케도 알아보고 인사하고 가는 사람도 있고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산이 무너질듯 호탕하게 웃는사람,

뭐가 그리도 좋아 죽고 못사는지 손을 서로 꼭 잡고 가면서 진로 방해하는 사람,

별의 별 사람이 다 많다.

너구리는 처음 마주치는 사람한테도 인사를 곧잘하는 편인데

오랫만이여서 그런지 그것도 잊은채 걷기만 한다.

 

오래전 산행에서

산행길에 만나는 모든이가 너구리 눈엔 선남 선녀로 보인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하는 말이

중년들의 남녀가  짙은 색안경을 쓰고  팔짱을 끼고 착 달라 붙어가면 위험스런 관계이고

손도 안 잡고 그냥 옆에 따라가면 서로 반말을 하면 부부인거고

존대말을 쓰면서 가면 작업중인 남남인거란다.

부질없이 별걸 다 관찰하는 넘...

 

내려 오는 길,

앞에 뇨자 둘,  그리고 남자 둘이 길을 꽉 채운채

뒤에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조차 모르고  대화에 열중이다 .

방해하고픈 생각도 없고  급할것도 없어 뒤를 따라오다 보니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꼴이 됐다.

 

그 중  한 아자씨는 상당한 고단수였고 그의 말솜씨는

멍청한 너구리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했었다.

[ 싸모는 49 세쯤 돼 보이네 ? ]

순진한 뇨자는 펄쩍뛰며 이제 41살 밖에 안됐는데 어디다 취직시키느냐며

옆에 함께한 뇨자 나이까지 다 불어 버린다.

나이를 확 튀겨 내질러 한꺼번에 두 아줌씨의 나이를 알아낸거다.

워메 ! 놀라운거...

 

이 얘기 저 얘기로 너스레를 떨더니 

촐촐하고 시간도 어중간하니 어디가서 삼겹살에 소주라도 한잔 하자고 한다.

뇨자들도 쾌히 승낙을 했다.

그 뒤의 일은 알길 없지만 그렇게 쉽게 그들의 인스턴트 부킹은 이뤄지고 있었다.

원래 부킹(Booking)의 의미가 변질된거지만...

 

인자요산 (仁者樂山) ?

어진 사람들은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삼겹살 대접을 잘하고

너무 착해서 미안해 할까봐 거절조차 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래서 요산 요수(樂山 樂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글귀이다.

흔히 줄여서 요산요수(樂山 樂水)라고도 한다.

 

지혜로운자(꾀가 많은자)는  흐르는 물과 같이 동적이여서

가다가 부딪히면 낮은 곳으로 돌아 내려가듯

유연성있게 세상사에 대처하며 세상을 살아아갈 줄 안다는 의미이고

어진자는 마치 움직임이 없는 산과 같아서 웬만한 것은 가슴에 품어 안는 넉넉함과

세상풍파에 동요됨이  없는 인품이여서  오래도록 존경받을수 있음이라는

인물평론이였던 것이였다.

 

그런걸 막연히

현명한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산을찾는 사람은 모두 착한사람이라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니...

 

다음주 일요일 그곳에 가면 그때 그 아줌씨들 그뒤의 소식을 알수 있으려나 ?

함 또 가봐야겠다.

 

 

 

                             글 / 산골 너구리.

 

 

 

 

         흐르는 곡.

 

                 추억속에 혼자 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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