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생명 그리고 돈.

서프란 2006. 7. 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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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친구가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실을 찾아가니 시무룩한 얼굴이고 병명을 물으니 간경화증이란다.

 

신혼무렵,

다니던 회사를 접고 조그만 점포를 운영하며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던 그친구,

해병대를 거쳐나온 넘이 술을 안 먹으면 그리도 얌전하고 소심하던 넘이였다.

모처럼 친구들이 가게를 찾아가면

허구한날, 옆지기한테 가게를 맡겨놓고

피곤하다며 차에 누워 잠을 자는 넘이였다.

피곤하다는 걸 단순히 생각말고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라도 받으라 했더니만

만약에 큰병이라도 발견되면 어쩌느냐며 미루다 이지경까지 왔다.

 

옆지기와의 잠자리 고민까지 털어 놓으며

친구이지만 형같이 느껴진다던 넘,

 

한날은

보약을 먹으면 6 개월은 그런대로 지속이 되는데

점점 약효의 기간이 짧아져 간다고 말한다.

보약을 먹는다고 효과가 바로 나는것도 아니건만 심리 작용인지 뭔지 모르지만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고도 했다

인삼 녹용이 들어간 보약은 간에 관련된 환자에게

치명적인 거라는 한의사인 후배  넘한데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검진을 받아보고 원인을 찾아 치료후 먹는게 좋겠다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병원 찾는게 두려워 그렇게 병을 키우고만 있었던거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보고 

안 되면 간 이식 수술이라도 받을수 있으면 그게 어떻겠느냐는 말에

서울에 가면 간병문제, 비용 걱정을 한다.

 

나중에는 간 이식 수술의 경우 1 억 2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걸 어찌 감당하며 괜히 살아있는 사람마져 못 살게 만든다고 한다.

상가 둘중 하나를 처분하면 될터인데 미련을 떨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못해 미운 생각마져 들었다.

 

그 넘은 그렇게 수술기회 마져 놓친채 죽어갔다.

그것이 그 넘에게 최선의 선택이였는지는 알수 없으나

너구리의 생각은

시술의 성패를 떠나 이식수술을 시도 했어야 했고

살수가 있었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좋았을것 같고

개 같이 살아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힘든 일을 못할지언정 살아 있음이

모든이에게 아픔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돈이 없어 죽은것도 아니고

남아있을 사람 걱정은 갸륵하다만

미련한짓을 한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너구리 일이 아니라고

그 입장이 돼 보지 않고 남의 일을

너무 쉽게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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