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죽일 넘의 사랑.

서프란 2006. 4. 1. 18:39

 

0

 

아주 오래전,

모 방송국에  듣고싶은 곡과 함께 사연을 올리는

팝 프로그램이 있었다.

글을 간간이 올리다 보니 모르는 아가씨들 한데 심심잖게

편지가 오는데  배꼽 친구인 갑돌이한테

앞으로 오는 편지랑은네가 모두 접수,

네가 처리하라고 하고 군에 입대 했다.

 

어느날

부대로 갑돌이의 보고서가 배달됐다.

아리랑 여관이  어떻고 아리랑 고개가 어떻고...

이런 쳐 죽일 넘,

내 이름이나 안 팔았음하는 바램뿐이였다.

 

제대 후 어느날,

갑돌이 넘, 고민이 있다고 만나 상의 좀 하자고 해서 만났다.

사연인즉 계속 만나던 여자가 죽어도 싫은데

아버지를 앞 세워 심한 압력을 넣는다고 하며

며칠 후 아버지와 함께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강력계 근무하며  상당히 와일드하고 잘못하면

맞아 죽게 생겼다고 사색이 되어 겁먹은 얼굴이다.

[야 ! 싸다 싸. 같이 살면되지 뭔 걱정이냐 ?]

[ 야 그게..]

[뭐가, 또 ?]

집이 잘 살고 얼굴도 이쁘게 생긴 여자가 또 하나 생겼대나 어쩠대나 ...

미운짓만 골라 한다. 그래도 어쩌랴. 친구인데...

[너, 내말 잘 들어라.내가 시키는대로 하면 마무리 끝이다 알았지?]

[ 뭔데! 니가 하라는 대로 할껴 !]

그래서

헌 군복 염색한것 중 제일 낡은것 한벌, 밀집 모자 헌것 하나.

커먹 통고무신 한컬래를 준비 했다가가 그걸 입고가서

한쪽다리 걷어 부치고

솔직히 말씀드려 능력이 없으니 없었던거로 하면 안 되겠냐고 해보라 했더니

[야 ! 누구 맞아 죽는꼴 볼려고 그러냐 ? 그게 말이되냐 ?]

[야 ! 왜 안 되냐. 싸대기 한대 맞고 끝내면 됐지 , 다방에서 개 패듯 사람 패겠냐 ?

안 맞고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있는디...]

[그게 뭐냐 ? 좀 일러줘라.미치고 환장 하겄다.]

[맨 입에 안 된다.]

그래서 소주 한잔 먹으며 일러주었다.

 

이렇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그 복장으로 세제{하이 타이) 두 수푼을

따로 준비하라고 했다.

[ 이건  최후의 수단인데 상황봐서 안 물러 나겠다 싶으면 가져간 세제를

입에 툭 털어 넣고 물 한 모금 마시고 가글 좀 하다가 살살 내 뱉어라.

거품은 자동이다.눈은 까뒤집고 사지를 비비 심하게 꼬면서...

제 정신가진 사람이면 딸 준다고 하겠냐 ?  야 ! 미리 몸 좀 비비 꽈 봐라 .]

[야 ! 이렇게 ?]

미친 넘 ! 어지간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야 ! 근데 이거 너 써 먹어 본거냐 ?]

[응]

못 생긴 너구리 넘한테

그런 불상사가 있을리 만무하고 있었어야 써 먹든 말던 하지,....복 터진 넘,

아니라고 하면 술값 물어내라 난리칠 판에 응이라 대답할수 밖에...

 

그 훗날 그넘은 비위가 약해 세재는 입에 넣어 보지도 못하고

이쁜 며느리는 시 아버지 밥상들고 들어 오면서 냅다 방귀를 뀌어도 이쁘게만 보인다고 

그넘의 그 꼬라지를 보고서도 장인될 분은 소탈하고 남자답다고 영영 코 꿰이고 말았다.

 

그뒤 딸 둘을 낳았고

장인 어른은 너구리 만큼 화끈하고

너구리랑 같이한 술자리에서 족보 들추다가 동성동본 학렬아 같아 성님 동생으로 지내게 됐고

너구리 등쌀에  그 친구 넘은 뒤늦게 늦동이 아들을 두어 작년에 초딩 학부형이 돼

조카는 (친구 옆지기) 늦동이 아들 땜시 할망구 소릴 안 들을려고

지난 겨울을 뻘건루즈에 꺼먼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느라

엄청 떨었을 걸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뿐이다.

 

 

인연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건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를 일이다.

 

                               글/ 산골 너구리.

 

 

 

 

 

'삶의 향기(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어도 고우...  (0) 2006.04.14
기지도 날지도 못하는 넘이..  (0) 2006.04.05
뭔 전화여 ...  (0) 2006.03.30
남의 불행이...  (0) 2006.03.28
닭 터어얼.  (0) 200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