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스크랩] 살다 보면(3)

서프란 2006. 2. 2. 19:03

어느날,
친구로부터 우표가 붙은 편지 한통을 받았다.
가끔은 만나 술도 한잔하는 친구가 웬 편지람 전화 놔두고...

내용은 전화로 하면 장난한다 할것 같아 편지로 보내며
모월 모일 무슨 무슨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니 바쁘지 않으면
꼭 참석 좀 해달라고...
읽고 난후 바로 전화를 했다.
사실이냐 ? 참으로 잘됐다. 여태껏 반쪽으로 힘든 삶을 살았으니
남은 생이라도 남 보라는듯 하나로 잘 살아야지 !
꼭 참석하마. 그때 보자.

그 친구는 속된 표현으로 철밥통 직장에 성실하고 능력도 있어
직책도 괜찮은 편이여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남들은 사위본다, 며느리본다 청첩 보내느라 난리통에
본인 결혼 청첩이라니...

그친구에겐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어릴적에 심하게 천연두를 앓아 성형외과 에서도
어찌 해볼수없다할 정도의 심한 마마 자국을 천형처럼
그 고통스런 마음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도 겉으론 전혀 내색치도 않고
그저 밝고 유모어가 풍부하고 그늘이 없는 오지랍 넓은 친구다.
그러나 누가 그의 얼굴을 보면 선뜻 반쪽이 되려 했겠는가 ?
맞으려는 신부의 마음이 그지없이 고맙고 궁금하기만 하다.

예식이 있던날,
가까스로 호텔에 도착했고 아는 친구옆으로 가서 앉는다.
식사는 금방 시작된듯 싶고 곧바로 신부 입장 이란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자 신부입장이 시작되었고
신부입장과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연출됐다.
식장엔 [어-억 우-욱 으-음]
경악에서 감탄으로 이어지는 신음 소리에 가깝다.
입장한 신부는 금발에, 일찌기 어느 외국 영화에서도 보지못한
그런 미인에 대한 경탄에서 나오는 탄성이다.
장난기 많은 친구가 색갈있는 농담 한마디를 건넨다.
[후회 많이 되네. 괜히 결혼 했어]라고...
신부는 독일계 우즈베키스탄인이고 나이는 그냥 많이 젊고...
신혼여행을 떠난 친구를 뒤로 하고 혼자 괜한 걱정을 한다.
[나이차가 너무 심해! 배가 되니. 잘돼야 할턴데..]라고.

그후 예쁜 딸을 낳았고 돐때에도 연락이 없어(친구 부담 준다고)모르고 지났는데
호사다마 랄지 다른 친구로 부터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병원에 들렸더니 집사람은 없고 간병인만 옆에 있다.
어떻게 된거냐 물었더니 위암인데 초기라 가벼운 수술을 했고
경과도 좋고 걱정 조차할 필요없다고 했다.
그래서 집사람은 어이 된거냐고 물었고 놀라고 걱정 할까봐
수술 들어가기 전날 딸 아이와 안가려하는 집사람을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냈고 퇴원 하는대로 데리러 간다 했는데
아주 보내는줄 알고 하도 울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퇴원후 처갓집에 들려 손재주 있는 그친구는 그몸으로 처갓집 전기, 가구등을
전자동으로 바꿔 놓아 먼 마을에서 조차 구경 오는집이 됐고
제일 싫어하던 손위처남의 마음까지 풀어 놓고 왔다고 했다.

부친이 위암으로 돌아 가셔서
찬찬한 그친구는 암보험을 7개나 들어
치료비를 내고 남은 돈이 3천 5백,그돈으로 처갓집 (우즈베키스탄)에
상가나 하나 사 드려야겠다고 한다.
그돈 정도면 그곳에선 엄청 큰돈이라 한다.
사려 깊은 친구...
친구야! 남보다 너는 천배 만배 행복해야 된다.


늦게 찾은행복 오래오래 가고
죽는 날까지 늘 건강했음 하는 바램이다.



산골너구리.






출처 : 살다 보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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