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허튼소리.(자작글)

Deer Pyong Yang을 보고서...

서프란 2009. 5. 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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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뒷골목,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개인 주택에 부모님을 둔

재일동포 어느 아가씨가 자신의 가정에 있었던 일을 정리한 다큐멘터리 형태의 동영상을 보았다.

평범한 얘기일듯 싶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조총련의 최고 간부를 지냈고

김 일성으로부터 가슴에 모두 달 수 조차 없을 정도의 훈장을

받은 조총련계의 거물이였다.

그가 제주가 고향이라는 것으로 보아 그의 부친은 반공포로와 관련있어 보이고

사회적인 냉대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나이기 먹은 지금도 상당한 미인이다.

결혼 후, 조총련 일에 매달린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가정경제를  책임지며 살아온 전형적인 일본 여자이다.

 

북한의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재일동포 북송 바람이 시작될 무렵,

조총련 간부였던 그는 중학교 다니던 막내 아들까지 아들 셋을 모두 북한으로 보냈다.

그후 아들들은 이미 그곳에서 장성하여 가정을 이뤄 손주까지 여럿 두었는데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의 난방시설이 돼 있지 않아

손주들의 손발에 동상이 걸렸다는 전갈을 접하고 할머니 되는 그녀의 엄마는

해마다 겨울이 오면 흔들면 열이 나는 손 난로를 보내기 위해 하루를 꼬박 분주하게 보낸다.

 

2002년 조총련 간부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사는 북한으로 가서

진갑잔치를 하기 위해 아들과 손주를 볼겸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

조총련 시절 알게 됐던 북한의 공산당 원로들을 초청해

고려호텔에서 잔치를 베푸는데 그 비용이 25만엔 들었고

부담은 그녀의 아버지 자신이 부담했다고 한다.

 

큰 아들은 당 중간 간부정도로 보이는데

아파트에 피아노도 있고 북한의 실정으로 견주어 볼때 괜찮게 사는 듯 보인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손자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데 피아노 연주 실력도 대단하다.

날이 어두워지도록 연주는 계속되는데 촛불에 의지하여 악보를 보며 연주를 한다.

밝아 보이지 않았는지 며느리가 밧테리를 사용한 듯한 스탠드를 피아노 위에 올려 놓으며

문명의 혜택이라고 말한다.

전력상황도 몹씨 안 좋아 보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4년무렵

그녀의 아빠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부인의 지극 정성의 간호를 받다가 호전되어 퇴원하게 된다.

 

그녀에 일본인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고 한국인(남한)과의 결혼도 반대하던 그는

한국인과의 결혼도 반대하지 않고 한국 (남한)국적을 갖겠다는 딸의 말에  승락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아들을 북한에 보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고 한다.

아들들이 지금 이곳 일본에 남아 있었더라면 어떨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 나아졌을 수도 있었겠지] 라고 힘없는 대답을 한다.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 질문에

[최고지..]란 말을 계속한다.

사랑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런 부모님 밑에 태여난 자신이 행복하다라고...

 

그가 지난 날 자신의 삶에 대해 가슴속엔  회한으로 가득함이 역력한 듯이 보이나

대 놓고 말못하는 속사정은

북한에 있는 아들들의 안위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식들에게 그리고 자식을 북한에 보내게 한 다른 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겠지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말 것같다는 생각이다.

 

어떤 홍보성 제작물이 아니고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그녀로서

자신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그녀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자전적 다큐 멘터리다.

 

그걸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이며

한 인간으로서  또 한가장의 잘못된 생각과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건지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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