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을 문턱에 들어설 즈음이면
어린시절 쪽지를 주고 받던 영심이 생각이난다.
초딩때 T 시 외갓집에서 초딩을 잠시 다녔었는데
그 동네에 귀엽고 이쁘게 생긴 영심이가 항개 있었다.
요즘 같으면 피자집에 손잡고 같이가고 러브장인가 뭔가를 써서
돌려 보기도 하드만 그 시절은 왜 그랬었는지...
남들이 흉 본다며 새침해서 말도 않으며 비밀의 장소에(울 외갓집 토담 돌사이의 구멍)
쪽지를 갖다 놓겠다고 한다.
어린것들이 뭘 알겄다고...
허기사 전투기 이착륙 소음에 목소리만 크지 뭔 말인지 알아 들을수 읍는 상황이지만...
뇨자의 내숭이 일찌감치 발달한 애라는걸 먼 후일에 알았다.
첫 쪽지,
[오빠! 내는 가을이 엄청 좋은기라 예.
왜냐카믄 가을엔 능금도 있고, 밤도 있고, 고구마도 있고
묵을게 억수로 많아 좋은기라예. 오빠도 좋지예 ?]
그래서 일케 쪽지를 썼다.
[그래 내도 가을이 좋다. 하늘도 높고 날씨도 씨원해서 좋다카이.]라고...
지금에 와 생각하면 어려워 아이들 간식도 그리 많지도 않던 시절이라
먹는게 큰 관심사가 아니였나 싶다.
그렇게 특별할것도 없는 내용들이였는데 그게 왜 그리도 마음 설레이고
재미가 있고 기다려졌었는지...
몇해가 지나 외가에서 집으로 오게 됐고 그 사실을 쪽지로 알렸더니
엄청 무거운 쪽지를 받게 됐다.
[ 오빠. 올라가도 마음 변하지 말고 편지해 주이소예 ? 그라고 내는 커서
꼭 오빠랑 결혼할락 합니더 예. 약속해 주이소 예.]
그래서 일케 쪽지를 보냈다.
[ 알았다. 니나 변치 말그래이 !]
그렇게 떠나오게 되고
몇 차례의 편지를 보냈는데 배달사고였는지 답장은 없었다
그 이듬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돌아와 그곳을 가게되고
쪽지를 비밀의 장소에 넣어두면 사라지기는 하는데데 답장은 없었고
그 집앞을 서성여도 만날수가 읍섰다.
그러길 몇해
이미 고딩이 되여 찾아 갔을땐 이미 영심이에겐 사귀는 넘이 있었다.
그려 몸이 멀어지믄 맘도 멀어지는겨 !
글구 뇨자 얘기는 졸대루 믿어서도 안 되는겨 !
그 넘에 쪽지 믿을거 못되는구만 ?
하기사 요즘 시상은 각서도 못 믿을 시상인디.
그 일로 몸이 멀어지믄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
용감한 넘이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의 의미를 터득하는 계기가 됐지 싶다.
그때의 충격땜시 지금도 쪽지를 믿지않고 잘 보내지도 않고 오는 쪽지나 받는다.
그려 !
쪽지는 가심 아픈겨 !
머리가 흔들리능겨.
글구 믿을것두 못 되능겨 !
그래서인지
쪽지를 받어 들구두
설레임조차 항개두 읍다.
꼭 그것 때문만도 아니겠지만.....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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