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기다려지는 건 함께 눈을 맞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함께 첫눈을 맞을 사람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첫눈이 기다려지는 일은 없고 첫눈이 내리믄 생각이 나는 뇨자는 항개 있다.
남들이 깜순이라 불러대든 뇨자이다. 피부색이 약간 검어서 그렇지 쌍거플의 큰 눈과 오똑한 코, 나무랄데 항개읍는 미인임엔 틀림 읍썻다. 깜순이라 골려대던 머스마 넘들도 알고보믄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얘기였을거다.
너구리도 예외는 아니여서 깜순이라 놀려댄 적은 읍써도 좋아하긴 했었다. 왜냐하믄 이쁜걸 좋아하는 속물의 부류에 속한 너구리이기 때문이다. 이쁜거 싫은 사람있음 나와 봐봐봐 !
만나서 이러니 저러니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좋아 한다 사랑한다고 말한 기억은 통 없다.
철없든 시절였음에도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으믄 울집 애들이 연탄집 애들이라고 골림받음 우짜나 하는 걱정을 했었던건 기억이 난다. 주로 깜순이가 너구리를 불러내는 편이였는데 따라 나섰던건 결코 싫지 않았음일게다. 그애 말고 너구리 찾는 뇨자들도 읍섰지만... 비가 오믄 비가 와서 만나자하고 눈이오믄 눈이 좋아서 만나자고 늘상 깜순이가 날 불러 냈었다.
입영통지서를 받아들고 군에 간다 했드만 무덤덤히 그러냐고 하드만 첫 휴가를 나왔더니 그 집식구 모두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리 애타게 그리워 하던 사람도 아니고 그때는 그렁가 보다 했다. 좋아하는거 하고 사랑하는건 다른 모양이다. 하기야 죽자 사자 좋아하믄 그대로 놔 뒀겄어 ? 일 났었겄지 1
군 제대후 취업에 학업에 바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친구넘들은 모두 장가를 가 버리고 나만 외톨이(싱글)로 남겨져 있다.
어느해 초 겨울, 휴가차 고향에 내려와 친구넘들에게 전화를 하니 모두가 한결같이 핑게를 대고 못 나온다고 한다 . 신혼의 단꿈이 뭔지도 모르는 눈치읍는 너구리 전화이니 반겨할 넘 항개 읍는건 당연지사.... 배신당한 느낌이고 길바닥에 나만 팽개쳐진 그런 느낌이였다. 거기에다 함박눈이 소리읍시 펑펑 내린다. 워메! 미쵸 불겄네 !
오징어 한 마리에 이슬이를 챙겨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간곳은 고향 방죽의 뚝길, 이슬이 한병을 다 묵었을 무렵, 저만치서 노란 우산을 받쳐든 꼬맹이와 그 옆엔 한 여인이 걸어온다. 하얀 눈발속에 노란 우산 항개와 그옆에 흰눈을 기냥 맞고 오는 뇨자 . 키~야! 한폭의 그림이다. 사람 왕래가 많은 곳도 아닌데... ?????
이내 오거나 말거나다. 실연당한 넘같이 보일까봐 쬐끔은 챙피한 맘도 든다.
옆을 스쳐지나는 데 얼핏 눈길이 마주쳤다. 야가 시방 누구여 ? 꿈인겨! 생시인겨 ?
다른사람 다 부르며 놀려대던 별명 깜순이, 너구리는 반가운 마음에 함번도 안 불러본 깜순이란 말이 서슴읍씨 나왔다. [너 ! 깜순씨 아니냐 ?] 방가운 맘에 말은 했으나 해놓고 보니 화장질 뒷처리 잘못한 것처럼 우째 껄쩍 지근혀고 이상타. [아니 업빠 웬 일이세요 ? 여기엔 ?] [으음 ! 기냥. 근디 너는 웬일이냐 ?] [ 언니네 집에 왔다가 첫눈이 내리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 그래서..] [응, 그랬구나 !]
근디 깜순아 ! 시방 무신 드라마 찍냐 ? 허긴 너구리는 뭣 땜시 여그 온겨 ? [업빠 ! 마니 마니 사랑했었어. 그래서 마니 마니 미안해 하믄서 살고 있어.] 눈가에 눈물이 그렁 그렁한다. 아닌 밤중에 무신 홍두깨구 뭔 귀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다냐 ?
그려 옆에 노란우산 받쳐든 넘 따라 붙어 올때부터 알아 묵긴 했었다. 시집갔다 이거지 ? 알긋다. 오버 !
글 / 산골 너구리.
첫눈이 온다구요 - 이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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