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그러는 당신이 꽃 비암인줄 알았스요!

서프란 2006. 9. 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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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데

앞서가던 이뻔 뇨자가 썬글래스를 벗고 진한 윙크를 하드만

시동을 걸고 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미모도 대단하고 키도 크다

혹씨 꽃비암 아닌가 몰러 !

글타믄 워찌 내가 자겁 대상인겨 ?

 

부랴 부랴 뒤 따라 갔드만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아파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곳에 사는구만 ?

근디 날씨도 흐린날 웬 썬글래스인겨 ?

요즘 유행한다는 눈병이 걸린거고 그래서 눈을 꿈뻑거린거 아닌가 몰러 !

근디 분명 한쪽눈만 진하게 두번씩이나 꿈뻑거릴 수 있는겨 ?

 

워메 ! 고장난 청춘에 불싸질러 버린 저 뇨자는 도대체 누군인겨 ?

궁금해 정말 미쵸 불것네 !

 

며칠이 지나서 또 마주쳤는데 썬글래스를 쓴채 이번엔 아는 척도 안하고 지나친다.

A P T 로 따라 들어 오라고 한걸 안 따라간 내가 잘못한겨 !

그려 !  자존심 많이 상했을거구만...

그후에도 또 마주쳤는데 찬 바람만 분다.

근디 허구헌날 썬글래스는 왜 쓰고 다니는겨 ?

멋쟁이 미인은 연예인 맹키루 그러고 다니는게 개성이고 팻션이겄지.

 

미장원에 컷트를 하러 가서

어느 동네나 마찬가지이듯 그 쥔장 아줌씨가 이 동네 소식통인지라

호기심 많은 너구리 조심스레 그뇨자에 대해 물어봤다.

[너구리 사장님도 드디어 걸리셨군 ! ㅎㅎㅎ.]

[ 걸리다니유 ? 맨날 썬글래스에 멋쟁이라 생각혀긴 혀는디 눈병이 심한게 아닌가 싶어서...]

[그것 뿐이유 ? 솔찍히 얘기해 봐유 ?]

[뭘유 ! 고기까지유 !]

[사고 뭉치구만...그 뇨자 땜시 파출소까지 끌려간 사람도 있는디 !]

착각은 자유이고 책음은 못져 ?

 

사연은 대충 이러했다.

일년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인채 입원해서 2 주만에 의식을 되찾았는데

다른데는 아무 이상이 없고 한쪽 눈만 심하게 깜빡거리는 증상이 생겼고

M R I 촬영등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일종의 경련 같은건데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나 ?

퇴원후 그전에 살던 A P T 에서도 그런일이 종종 있어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늘 썬글래스를 쓰고 다닌거였구만 ?

 

워메 ! 아찔한거 !

뒤 따라 A P T 에 갔더라면 치한으로 몰려 파출소 불려갈뻔 봤다.

 

그러나 저러나

그 뇨자가  교통사고로 죽지않고 그만하기 다행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편스러움을 넘어서 심적 고통을 겪고 사는건 아닌지 ?

그리고 언제 사고의 후유증이 재발해 잘못되는 것은 아닐런지 걱정이 된다.

 

그 뇨자의 남푠도 걱정을 끌어 안고 살겠구만...

너구리도 옆지기 와사(안면 근육마비 )땜시

일년의 반을 유명하다는 곳  찾아 댕기느라 고생을 혔는디

이를 우짜면 좋노 ?

 

오늘도 괜한 남의 걱정에 하루를 보낸것 같다.

남들이 [니나 잘 하세요.] 라고 할것만 같은

그런 날이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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