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문고리 엄마의 잠꼬대 땜시.

서프란 2006. 9. 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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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고리 아빠(문걸이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긴히 상의 말씀드릴게 있으니 저녁 7 시에 치킨집서 만났으면 하니

시간좀 내 달라고 한다.

 

문고리 아빠는 한 동네에서 사는 나보다 4 살 작은 친구이다

치킨집에 도착하니 문고리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옆지기가 잠꼬대를 하는디 웬넘 이름을 불러 가믄서

사랑한다고,그것도 죽도록을 붙여서 사랑한다고 함시롱

함번도 아니고 이번이 세번째라고 한다.

그러니 이를 우짜믄 좋냐고...

 

밤에 나가거나 늦게 들어 오느냐 물었더니 그런 일은 읍다고 한다 .

그럼 벨거 아니니 좀더 지켜 보라고 했드만

[이름까정 들먹이믄서 뒈지도록 사랑한다는디 그게 벨게 아니믄

뭐가 큰일인거유 ? 역사는 밤에만 이뤄지남유 ? 헹님!]

[미행이라도 해보던가 ?]

[그생각도 해봤는디 잘못하믄 돈 내불고 패가 망신 한대서 다그쳐 물었드만

전혀 그런사실 읍다고 오리발인디 사람 미쵸 불겄스요 헹님 !

헹님이 어떻게 손 좀 써봐줘유 !]

 

난감하기만 하다.

부부지간 일에 끼어들어 내돈 터지고 미친넘 돼본 경험이 있는지라

알았다며 일어서서 나오는데 이슬이 한잔씩만 더하자고 한다.

 

자리를 옮겨 이슬이 두병정도 묵었을 무렵

[도대체 이름 부르는 넘, 그넘 이름이 뭐고 니가 아는 넘이냐 ?]

[예 ! 알고 있는 이름인디 말해도 헹님 서운케는 생각 말어유 ? 헹님]

[그 이름에 내가 왜 서운해야 하는디 ?]

[ 그게 말이유 ! 부르던 이름이 헹님 이름인디유,몇번이나 만났시유 ?]

허~억 !

[너 너 너, 농담하는거냐 ?]

만우절도 아니고 황당하기만 해서 말문이 막혀 버린다.

요즘 젊은이들 얘기루 열라 짬뽕 천 그릇이다.

 

한참 생각끝에 일케 말하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너도 서운하게 듣지 말어라 ! 나두 한 마디 해야 쓰겄다.

너나 하니깐 느네 옆지기 데불고 살지 몰러도

느네 옆지기랑 같이 둘만 무인도에 훌러덩 발가벗고 석달 열흘 같이 살어두

내는 손끝 항개 대고 싶은 생각이 읍는 사람이다. 너 시방 나를 뭘로 보는거냐 ?]라고...

살다 보믄 본인의 생각, 그리고 행동과는 무관하게

황당한 일로 당혹스러움을 겪을때도 있나 보다.

 

그 넘은

옆지기도 너구리두 못 믿는 눈치다.

황당해서 말까지 더듬어 부렸으니 말해 뭣하랴 ?

버선 목이라야 뒤집어 보여 주기라두 하지.

워쪄랴 ! 세월이 해결해 주겄지...

 

며칠뒤 길거리에서 문고리 엄마를 만났드만

[ 저좀 보세요. 어떻게 그리 심한 말씀을 하실수가 있나요 ?]

이건 또 뭔 구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겨 ?

내 그럴줄 알았다니께, 등신같은 넘 속속들이 다 까발렸구만...

 

화가 나서 일께 말해부렸다.

[ 돼지꿈이나 꾸고 로또 복권이나 살 일이지 괜스레 너구리 꿈꿔 가지고

안안밖으로 G랄 M병들인겨 ?]

 

워째 개꿈보다 더 G랄맞은 너구리꿈 꿔 가지고

남의 속을 일케 뒤집어 놓는다냐 그래 ?

아2 9  속 터져 !

 

살다 살다 벨꼴도 다 본다.

도대체 너구리 팔자는 무신 8자이길래  일케 생겨 묵은겨 ?

 

우쨋거나 기분 안존 일이지만

한편으로

개꿈아닌 너구리 꿈꾼 뇨자도 있다 생각하니

신기하기만 하고 소문 함번 디럽게 날뻔봤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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