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숙명 (宿命).

서프란 2006. 9. 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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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니는 딸랑이가

웬넘을 데불고 와서 사귀는데 결혼하겠다고 했고

그 소릴듣고 엄마는 좀더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처음부터 그 넘을 마음에 안 들어했고

어디서 뭘 물어 봤는지는 알수 없지만 결혼을 결사 반대하기에 이르렀고 

딸랑이를 앉혀놓고

그애랑 결혼하려 하느니 차라리 너랑 나랑 둘이서 강물에 빠져 죽자고 했더니

딸랑이가 대답하는 말,

[ 내 인생 내가 사는데 엄마가 왜 무슨 권리로 내 인생을 결정 할려고 하는거야 !

죽으려면 엄마나 혼자 죽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다니던 학교마져 그만둔채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혼을 어렵사리 했는데  그넘은 취직할 생각도 않고

무위도식(無爲徒食),

허구한 날 빈둥거리기만 하니 뇨자가 생활 전선에 뛰어 들수밖에 없었다 한다.

그를 지켜보던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무위도식하던 그 넘은 그것도 모자라 도박에 빠져들게 되고 도박빚에 쪼들려

옆지기에게 돈을 요구하는 후안무치( 厚顔無恥

 ) 의 인간이 돼 버렸다고 한다.

 

그제서야 후회를 하게 되는데

후회는 항상 돌이킬수 없을때 하는것인지라

후회한들 무신 소용이랴 !

억척스레 열심히 일해 얼마간의 돈을 모아 언니와 동업형태의 찜질방 문을 열어

제법 장사가 될무렵,

그 넘이 요구하는 액수도 점점 늘어나게 되어 5억을 달라고 했고

이혼을 조건으로 3억을  주기로 합의하고 법원 앞에 갔으나

그넘은 돈만 챙기고 튀였었다고 한다.

 

그 돈이 다 떨어져갈 무렵

또 다시 나타나서 옥신 각신 싸움끝에

그넘이 밖으로 나갔다가 인화 물질을 들고 나타서

그걸 끼얹고 불을 질러 버렸다.

언니는 죽고 그 뇨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중화상이라고 한다.

이것이 너구리가 사는 대전 동네 찜질방 방화 살인사건의 전모이다.

 

그 어머니는 더 실망할 것도 없고 그냥 덤덤한 표정으로 방송 인터뷰에 응한다.

체념을 넘어서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라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인연이란게 무엇이길래 그런 사람을 만나

평생을 후회스럽게 살고

그도 모자라 언니마져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하는가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도 아니고 운명도 아닌

아니 만나도 될 인연중 악연(惡緣)이였고

그 누구도 어쩔수도 없는 숙명(宿命)일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산골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