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산행길에 조그만 사찰에 들렸다.
마주치는 스님과 두손을 모아 성불하시라는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스님답지 않은 미모의 얼굴을 지닌 때문일까 ?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생각에 잠겨 보는데
온통 그 여스님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어디서 마주쳤던 인연이든가 ?
갑자기 뇌리에 쓰쳐지나는게 있었다.
아뿔싸 !
그뇨자 였구나.초련이...
글타구 쫓아가 반갑다고 할수도 없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초련이는
어렸을적 시골 우리마을 옆동네 살고 있었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은 심성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고
그집 애들 모두 이쁘게 생기고 부모를 닮아 착했었다.
초련이는 늘 미소짓는 얼굴이였고
활짝 웃을때면 양볼에 깊이 패인 볼 우물은 환상적이였다.
한 마디로 보는 넘 여럿 죽어나갈 판이란 표현이 적절할것 같다.
너구리는
늘 모나리자보다 더 아름답고 양귀비보다 더 아름답고 이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초련이 땜시 그 마을 근처에는
밤잠 못 이루는 넘들이 부지기수고
초련이 생각으로 히쭉 히죽 웃고 다니니 총각넘들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심하고 덜한 증상의 차이일뿐 돌아 삔 넘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저녁이믄 초련네 집주위엔 바람난 숫캐 모이듯 모여들어 어슬렁 거리기 일수였다.
어쩌면 이쁘게 생긴것도 죄일거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싫어 너구리는 일지감치 속 차리고 고향를 떠나왔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인가 혼사 얘기가 나오고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귀티나는 미모와 착한 마음씨의 초련이는
어느 장교와 결혼 얘기가 성사돼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 후 며칠이 지나서 그 마을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살인 사건이 일어 났는데 피해자는 초련이의 신랑이였고
살인자는 그동네의 돌아 삔 넘들중, 증상이 심각하고 정신상태가 제일 불안정한
같은 마을의 꼭지 돌은 메추리란 넘이였다.
결혼하자 마자 초련이를 두고
한 넘은 죽은자가 돼 불고 한 넘은 살인자가 돼 버렸다.
그 현장을 목격한 초련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
얼마되지 않아
자식 하나없는 셈치고 찾지말아 달라며
이렇게 떠날수 밖에 없는 불효를 용서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갔고
그 집마져 어디론가 떠나버려
그후 아무도 생사조차 알수 없었다고 했는데
산사에서 일케 만나다니...
그렇게 떠났던
초련이는 속세의 이름을 버리고 불자의 이름(법명)으로 다시 태여나
속세의 인연을 끊은채로
여물지 못한 사랑, 그리고 그 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채로
어리석은 중생들을 향한
더 큰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예기치 못한 조우였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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