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움직이는거란 말이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유행어이긴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움직이지 않았으면
지금도 너구리는 첫 사랑을 못잊어 하며 혼자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아카시아향이 이렇게 짙어가는 계절이면
잊혀지지 않는 인연 하나있어 과거의 오솔길로 산책을 나서게 한다.
첫사랑을 못잊어 가슴알이 하다가 군 입대를 하게됐다.
그 때 미향이는 중3 년. 졸병땐 편지를 하지 못했고
군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편지를 주고 받는다.
중3 한테 사랑 타령 할수없는 노릇이고 그저 주고받는 글이 산문형태다.
그 무렵 무료한 군생활 때문에 미향이 말고 네 뇨자와 펜팔을 하고 있었는데
원래 너구리는 사랑이란 말을 남사시럽고 인색해서 하나도 쓰지 않았었다.
손가락을 다쳐 야전병원 생활하느라 한동안 서신을 보내지 못하다가
치료가 원만하게 됐을무렵 편지를 띄웠다.
어느날 위병소에서 연락이 왔다.
모두 여동생이라 하는 네 뇨자가 면회왔는데 진짜 여동생 같진 않으니
여동생 같이 생긴애 하고 하나를 먼저 들여 보내고 그 다음 10 분 간격으로 들여 보낼테니
알아서 시간차 공격을 하라고 한다. 무신 내가 배구 선수냐?
글구 계하다 생각나 오는것도 아닐진데 우째 면회를 한날에 단체로 몰려오냐 ?
처음 혜진이와 한 뇨자가 들어왔다. 혜진이는 비오는날 외박 나갔다가 우산을
씌워줘 알고 지내는 사인데 무척 귀여운 아이였다.
들어 오자마자 훌쩍훌쩍울기 시작한다.
내 일생을 통해 나를 위해 울어준 뇨자는 지금까지 그애 밖에 없다.
참으로 통탄스런 일이다.
혜진이는 울고있고 다른 뇨자가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너구리 일생일대 최고의 전성기고 여복터진 날이였다.
그런데 뭔 죄 진거마냥 할 말이 없다.
세 뇨자는 처음 만나는 뇨자들이여서 반갑다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미안하다 했는지 그것 또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아이스크림이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었었는데...
그렇게 얼마 동안을 눈 여덟개가 뚫어지게 나만 처다 보다가
잘 있으란 말도 없이 총총히 사라져 갔다.
그뒤 일주일 뒤부터 끝장 내자는 편지가 속속 들어 왔는데
한결같이 잘 쳐 자시고 복 터지게 잘 살라는 내용의 메세지다.
그 또한 내 일생 일대에 그런 축복의 말씀을 한꺼번에 들어 보기도
전무후무한 시츄레이션이다.
그래도 남아 있던건 혜진이와 중3 짜리 미향이였다.
이 험한 청춘에 애들만 남겨놓고 다 떠나 버리면
너구리는 어쩌란 말이드냐 ?
이 안된 뇨자들아 !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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