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자작글)

첫 사랑.

서프란 2006. 2. 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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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오빠야 ? 난데, 나 알겠어 ? 순이..]

뜻밖의 전화다.

[오빠 돈 많이 벌었대매,살다보면 보고싶을 때가 많았었어 !  한번 만나볼 수 있겠어 ? ]

[신문에 났디 ? 그래 한번 만나지 뭐 ! 반갑다.]

그다음날 ,토요일 오후1시쯤 만나기로 하고

천안쯤 내려오면 다시 통화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픈 가슴으로 수많은 날을 보내게 했던,

[바보 사랑]이란 어줍잖은 시의 주인공이고 너구리의 첫사랑인 순이와의 15 년만의 통화다.

 

고3 때, 순이는 고1 이였고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한채

나도 못 생겼지만 나 보다 더 못생긴 넘한테 시집을 가버려

억울하고 속상하기 이를데 없어 눈물도 많이 흘렸었다.

그것도 내가 아는 넘한테 시집을 가버렸으니...

시간이 얼마만큼 지났을때, 순이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었고

순이 아버지의 권유로 그넘을 선택했던 것을 알수 있었다.

 

너구리 놈은 기생 오래비처럼 생겨서 후일에 여자땜시 속 많이 썩힐테니

세상사 인물 뜯어먹고 사는것 아니고 속 편한게 제일이라며 그 넘을 선택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넘 부모가 돈 많은것도 한몫을 했다.

그후로 거울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무리 보아도 길 모퉁이 담배가게 아자씨처럼 생겼지

내가 워째 기생 오라비란 말이든가 ?

그후 남이 가니까 나도 중매로 선을보고 옆지기와 네번째 만남은 예식장이였고 정이 있던 없던

같이 살다보니 세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그 다음날 순이를 만났다.

15 년만의 해후임에도, 설레임도 반가움도 그리 많질 않았다.

긴세월 만큼이나 첫사랑의 감정도 멀어져버린 모양이였다.

참으로 많이 변해버린 순이, 영화 배우 문희를 닮았다던 그모습은 남아 있는듯 한데

청순함은 온데 간데없고 영락없는 이웃집 아줌마다.

어음부도로 실형 선고를  받고 10 개월의 교도소 수감 생활도 했다고 했다.

울고 웃고 많은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자정을 넘겨 한시 반,

순이가 웬 남편 잠자리 불평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우리 애인사이 하자고 한다.요즘 애인없는 애들 없다며

한달에 2박3일 두번은 시간을 낼수 있다고 한다.

어디로 데려다 주느냐고 물었더니

[오늘 오빠 팔 벼개하고 잠들면 안 돼 ?]하며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안돼 !]

[왜 ? ]

[오늘 너와 속살을 섞게되면 너에 대한 첫사랑의 고운 감정과 추억들이  박살 날것 같아 싫어 !]

[ 에이! 오빠 ,용기가 없는거지 ?]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치룬 이 업빠에게 무신 용기를 물어 본담 ?

[에이, 바보 !]

[그래 난 바보다.}

그렇게 친정 엄마에게 인수 인계를 하고 돌아섰다.

(친정 엄마는 지금까지도 추석 명절과 구정때면 거의 빼놓지 않고 딸 없는 사위로 찾아 뵙고 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생각해본다.

너무 매정하고 냉정하게 한것은 아니였는지 ? 자존심을 너무 상하게 한것은 아니였는지 ?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시.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눌님 왈

[지금 몇시야 ?]

[응, 세시.]

[왜 그리늦었어 ?]

[술집 아가씨가 여관 가쟤서 달래  떼어눟고 오느라고...돈도 없구 해서...]

[아침에 오십만원 줬잖어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자던 잠이나 자, 얼릉...]

[응! ZZZ]

비몽 사몽 잠꼬대로 말 대꾸를 했는가 보다.

그날처럼 옆지기가 측은해 보인건 전무후무다.

 

현명한 판단을 했다는 건  여러 달이 지난후에 알게 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든가 ?

세월은 사랑도 변하게 한다.

 

  산골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