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허튼소리.(자작글)

아들 ! 나 장가 좀 보내주면 안 되겠니 ?

서프란 2006. 7.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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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 전

친구로 부터 고민이 있다고 상의좀 했으면 하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이슬이 한잔하며 얘기가 시작된다.

친구넘이 모친상을 당한지 일년이 채 안된시점,

그나마 부도로 인해 채권문제로 피해 다니는 판에

73 세의 아버지로 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내용은 외로워서 못 살겠으니 느네가 나랑같이 살어 주던지

아니면 장가를 보내 달라고 하시더란다.

 

혹시 침해가 온것 아니냐고 너구리한테 묻는다.

[ 떡칠이 같은넘! ( 떡을 칠넘) 의사라두 환자의 상태를 봐야 알아 묵을 판에 내가 무신 도사냐 ?]

얘길 듣다 보니 아무래도 그넘 아버지가 여친이 생긴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아니지만 대화로 풀어 나가는게 어떻겠는냐고 했드만

만나서 말씀이라도 드릴라 치면 화부터 내어 무슨 말을 꺼낼수가 없다고 한다.

자식넘이 그 지경이 됐는데 왜 속이 안 상하시겠는가 ?

가깝고도 먼 사이, 부자 지간은 그렇게 대화가 단절되어 있었던거다.

우쨔랴 !

너구리가 특사로 총대를 메는수밖에...

 

이틀뒤

집안 문제로 상의 말씀 드리고 조언을 듣도 싶어 그러는데

저녁에 만나 뵐수 있겠느냐고  전화를 드렸더니 쾌히 승락을 하신다.

퇴근후 A P T로 찾아가 모시고 나와 삼겹살 집으로 모시고 갔다.

[그래, 너구리 사장은 하는 사업은 잘 되구 ?]

[그럭 저럭 넘어 갑니다.}

[그넘(떡칠이넘)은 왜 그 지경인지 몰라 ! 등신같이..]

[아버님! 요즘 대기업도 휘청거리는 판에 이름없는 중소 기업들

속으로 골병 안든 기업 없습니다.떡칠이두 연쇄부도 아닙니까?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된게

어디 한둘이여야지요. 수습하고 재기할거니까 크게 속상해 하지 마십시요.

약주나 (이슬이) 드시지요.]

상의할께 뭐냐고 물으시길래 별건 아닌고 식사후 천천히 말씀 드리겠다고 하며

이슬이를 자꾸 권해 드렸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올랐을 무렵.

[아버님! 빨래도 그렇고 식사 때문에 혼자 사시기 힘드시죠 ?]

[어쩌겠나 . 할수없는 게지.!]

[그거야 그렇다지만 누가 말 상대라도 있으면 나을텐데요. 교도소에서도 제일 무서워 하는게

독방이라는데 그건 참을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라네요. ]

[그래두 어쩌겠나? 할수 없는게지...]

[잔 받으시지요. 외람된 말씀 여쭙고 싶은데요. 아버님!  여자 친구분 계시지요 ?]

[?????  자넨 나를 어떻게 보구 하는 소린가 ?]

갑자기 정곡을 찔리신거다.

[아버님 괞찮습니다. 요즘은 흉이 아닙니다. 혼자 되신분이 여자 친구 없으면

능력이 없으신 겁니다. 그렇다고 남사스럽게 자식한테 내놓고 얘기할수도 없으실테고

그래서 좋은 쪽으로 매듭을 지어 드릴려고 제가 나섰습니다.

속앓이 하지 마시고 허심탄회 말씀해 주시지요.]

주저 하시는 듯 싶더니 이내 속내를 말씀하신다.

내친김에 2차를 대접하겠다고 여자분을 나오시라고 했다.

뒷 얘기는 생략하고 결국은 같이 살고 싶으시다는게 확인이 됐다.

 

떡칠이넘 한테 전화를 했드만 뭐라 하시드냐고 한다.

[느네 아버지 말씀은 아들! 나 장가좀 보내주면 안 되겠니다 이누마.]

친구 넘한테 확인된 사실을 얘기하니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아버지의 남은 유산이 그 여자분한테 넘어갈걸 우려해서이다.

너구리한테 욕 뒈지게 얻어묵고 결론은 함께 살게 해 드리기로 했고

날을 잡아 조그만 절에서 양가측 자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예를 올려 드렸다.

 

그넘을 만나

요즘 잘 지내시느냐고 물어보면 애들 소꿉장난 하는것 같이 보이며

그렇게 해드린 것이 잘한것 같다고 한다.

친구 하나는 잘 뒀더라 하시는 말씀도 하시더란다. 월매나 좋으셨으면...

 

부자간의 소원했던 관계도 풀리고 그넘들 내외도 신경쓸 부담 줄어들고

효도가  따로 있던가?

그게 바로 효도이지 !

 

살아 계시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음 하는 바램이다.

 

 

                                         글 / 산골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