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허튼소리.(자작글)

너구리 일기.

서프란 2006. 4. 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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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윌의 첫 일요일.

수원의 예식장엘 갈려고 일찍 집을 나섰다.

 

딸 부자집 셋째딸.

너구리 세째 누나의 막내딸 결혼식이다.

갓 돌이 지난 딸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

그 누나의

막내 딸의 결혼식이라 감회가 더욱 새롭다.

 

주례사가 끝나고 신랑 신부가 친정 보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과정에서 모녀가 부등켜 안고 눈물을 흘린다.

코 끝이 찡해 온다.

재혼해 애를 낳으면 전처의 애들에게 소홀해져 안 된다하며

세 아이를 곱게 키워 막내까지 출가시킨 그 누님(그 애들 새 엄마)의 마음씨가

곱기 그지없고 고맙기만 하다.

내려 와 고마움을 전화로라도 전해야지...

 

내려 오는길,

올라 올때의 관광 버스 3 호차에 몸을 실었다.

마음도 괜스레 그렇고 속이 상해  점심에 쇠주 두병이나 마셨다..

차안에서 잠들고 싶었던 때문이기도 하다.

차가 고속 도로를 들어서자 운전사가 귀청이 뚤어져라 볼륨을 높였다.

알고 보니 그차량은 신부측 부모님의 친구들만 탄차에 내가 낑기게 된거다.

 

워밍 웝도 없이 디스코로 돌아 간다.

잠 자기긴  다 틀렸다.

객석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듯, 춤추는 아자씨, 아짐시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눈까지 뒤집고 한쪽 손으로 허공을 휘젓는 아자씨의 모습은

세제(퐁퐁)만 입에 물면 영락없는 간질병 환자고

 

아들 딸 넘들에게 다 뺏기고 빈 껍데기만 남은 앞 가슴을 한 아짐시는 

워찌나 흔들어 대는지 대전까정 가도록 붙어나 있을랑가

너구리를 엄청 걱정스럽게 한다.

 

한 아자씨는 아들 넘 헤드 뱅잉 혀는걸 쬐께 구경이라도 했는지

어찌나 정신없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대든지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너구리 머리도 같이 따라돌고

속이 메식거리는게 맛있게 먹은 점심식사 확인작업까지 해야할 판이다.

 

또  한분의 아짐시는 할미꽃은  꽃이 아니냐고 외마디 비명 지르듯 소릴지르며

외 눈박이 맹포수 헛 총질에  설맞은 노루  궁둥짝 흔들듯 정신없이 흔들어 대는데

내 궁둥짝에 총알이 빗 맞아 쓰리고 애리고 미치고 환장해도 그리는 못 흔들것 같다.

최대로 망가지는게 최대의 즐거움인듯 하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본다.

어쩌다 좁아터진 버스안에서 허벅지 멍들어 가며 저렇게 춤을 추게 되었는가 ?

카바레, 디스코텍, 나이트를 놔두고...

 

한민족은 흥이 많은 민족이다.

집 마당 환갑잔치 사라진지 오래고

육 박자에 밀리고  디스코에 채이고 꼭지점 댄스라나 뭐라나

그것마져 궁둥짝 들이미니

서민들 신풀이는 어디서 햐랴 !

혐오스럽게만 생각하던 관광버스 춤을

달리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나 저나 운전하기 싫어

충청방 벚꽃놀이 관광버스로 가자고 부추겨 놨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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