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백엔.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서프란 2011. 6. 1. 06:55

 

 

 

 

아주 먼 옛날,
나랏님이 베푸는 연회장에 고승(高僧) 한 분이 초대되었습니다.

검박(儉博)함이 몸에 배인 스님이
허름하지만 깨끗한 평상복 입고 연회장인 궁전에 들어가려 하자
수문장의 제지를 받게 됩니다.

허름한 옷 때문인 것으로 안 고승은 다시 돌아가서
가사 장삼에 주장자 들고 팔자걸음에 헛기침 하고 나타나니
안내하는 사람이 쫓아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연회장으로 안내했습니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자
그 스님은 음식을 먹지 아니하고
장삼자락을 벌려 산해진미의 음식을 모두 쏟기 시작합니다. 

그를 본 모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순식간에 장내 분위기는 친물을 끼얹은듯 냉랭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임금이 한마디 했습니다.

"스님은 덕망있는 고승인 줄로 알고 있는데
짐의 연회장에서 이런 추태를 부리다니 어인 일이요?"

고승이 고하기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께서 초대하시여 한걸음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으나
소승의 옷이 남루하다 하여 문안으로 들이지 아니하는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가서 이 옷으로 갈아입고 온 연후에 연회장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전하께서는 소승을 초대한 것이 아니오라  이 옷을 초대한 것이옵니다.
그래서 이 옷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중이옵니다."

장내는 숙연해지고,
임금은 용상에서 내려와 고승에게 사과를 하게 됩니다.

 

 


무릇 옳게 평가되어질 것은
눈으로 보이는 외형이 아니라  사람 내면의 됨됨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그런 우를 범하고 사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백년을 지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