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박한 삶을 사셨던 장모님이
86년의 (2008년 12월 6일 01시 25분)삶을 마감하셨다.
5남매를 두었다가 장가갈 무렵의 나이인 아들을 가슴에 묻고
그렇게 사시다가 세상을 등진 것이다.
병원생활 4개월 반 만에
앞서 입원하신 장인이 먼저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장모님이 앞서신 거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운명하시기 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족들을 모두 다 보시고 교회의 목사님을 청해서
임종예배까지 마치고 딸 넷과 사위 둘, 외손녀 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을 하셨다.
먹고사는 게 그때는 그리도 어려워서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사실 난 우리 부모님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대학병원 영안실에 모시는 동안 조화도 제일 많이 들어와
무신 대단한 집안이라도 되는 줄 알고 기웃거리는 사람도 많았으니
그 또한 그만하면 아들없는 분이였을지라도 여한은 그리 많지않을 듯 싶기도 하다.
매일 출근 전과 퇴근 전에 꼭 둘려보는 나를 보고
장인어른 옆에 계시는 분이 처가집에서 같이 살았었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하고 혼잣말을 한다.
아마도 유산이라도 많아 그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들리는 줄로 알고있는 듯 했다.
유산이 많았더라면 난 덜 들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유산이 많으면 아무래도 딸들이 멀리 있다해도 자주 찾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집식구(아내)가 우리 부모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아온데 대한 고마움은 그걸로도 부족함이 많다.
내가 참으로 어려웠던 세월을 보내던 시절,
시멘트 포장지에 한 두됫박의 쌀을 사다 먹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때
어느 이른 아침에 내가 살던 셋방에 들려서
[김 서방이 저렇게 게으르고 무능할 줄 알았다면 딸을 안 줬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이내 방문을 쾅 닫고 나가셨었다.
아무리 만만해도 그렇지 사위는 백년 손님이고
처자식 딸린 젊은 놈 속타는 마음을 헤아릴 줄은 모르고
상처가 될수도 있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실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한편으론 딸 가진 부모가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함께도 해 보면서...
아마도 장인어른이 마음만 착하고(바보로 알고 계셨었지만) 아주 무능력했기 때문에
당신과 애들이 배곯고 살아온 삶에 대한 불만과
나 역시 장인어른과 같은 사람으로 인식됐기 때문이였는지 모를 일이다.
한 세월이 지난후
그때 그 말씀을 들었을 때는 무척이나 서운했었다고 했더니
[내가 그런 말을 했겠느냐]며 그런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하셨었다.
부모님이 돌아 가시고 줄곧 모셨었는데
자칫 아들이 없어 얹혀 살다보니 저런 소릴듣는다고 하실까 봐
참으로 말 한마디라도 무척 조심을 많이 했었다.
돌아가신 우리 모친은 잡숫고 싶으신 것이던
몸이 편찮으시던 돈이 필요하시던 거침없이 표현과 요구를 하셨었다.
키워준 것을 생각하면 그런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내심으론 아들이 이만큼은 산다는 걸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었다.
오죽하면 병원에서 의사가 엄살이 너무 심하다고 하셨을까 ?
그러나 장모님은 근검이 몸에 배인 까닭도 있겠지만
아파도 아픈 내색도 하지 않으셨고 잡숫고 싶으신게 왜 없었으랴마는
물어봐도 한번도 잡숫고 싶은게 없다고만 하셨었다.
그때 그때 눈치껏 우리가 먹고싶어 사 왔다면서 함께 드실 수 있도록 헀었었다.
사위라는 어려움 때문도 내재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천성이기도 한듯 싶다
어제 그리고 오늘도 장인 어른이 계신 병실을 다녀왔다.
그 병실을 가기 위해선 장모님이 계신 병실을 지나쳐서 가야 하는데
눈길이 그곳으로 자꾸 가고 마음이 별로 좋질 않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임종 예배를 주관한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다소의 헌금이라로 전하고 와야 할텐데 서로의 시간 조절이 잘 안되고 있다.
산다는 건
좋은 날도 있지만
그리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라는 생각도 해 본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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