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연이 아님에도 인연을 고집하기도 하고
인연이라 착각할 때도 더러는 있다.
그래서인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갈 수 없는 지난 날을 자꾸만 뒤돌아 생각하면서 때론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가을이 오면 문득 문득 낯선 곳으로 떠나고픈 생각도 들고
더러는 생각나는 이도 있다.
모임을 마치고 어둠이 짙어가는 저녁에
집으로 향하다가 문득 공원 벤취에 앉았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아파트 단지에서 좀 떨어진 공원에 들렸다.
제법 써늘한 날씨 때문인지 아님 늦은 시간이여서인지 인적조차 드물고
조금 떨어진 가로등 불빛은 지난여름 더위에 지친 나처럼
잔뜩 졸리운 불빛을 하고 있다.
지긋이 두눈을 감고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고 내 삶은 어디쯤에서 끝나는 것일까 ?
알수없는 이 외로움은 나만이 갖고 있는건지 다른 이들도 그런건지
이지가지 상념에 빠져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뭔가를 시도해 봐도 좋을 그런 날들이 시작이 됐는데
이대로 그냥 또 한계절을 보내야 하는걸까 ?
인기척이 느껴져 실눈을 잠깐 떴다가 이내 감아 버린다.
한사람이 다가 오는데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어렴풋이 여인으로 보인다.
저 여푠이 아마도 남푠하고 한판 싸우고 나왔는가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뭔 화장품 냄새같은 것이 코끝을 스친다.
옆으로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내가 앉아있는 벤취에 앉는 느낌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손에 뭔가가 닿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듯 이내 떠난다.
손을 내려놓다가 잘못내려 건드렸겠지 !
왜 하필이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신경쓰이게 G랄인겨 ?
또 다시 손등에 무엇이 와 닿는데 부드러운 손길이다.
이건 또 뭔 시츄레이션잉겨 ?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병이
비오는 날만 되면 도지는 그런 뇨자가 아닌가 몰러....!
근디 오늘은 비도 안 오고 쾌청한 날이잖여 하고 생각하는디....
그 뇨자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을 더듬는다.
감정이 묘해진다.
왜 다른데 놔두고 손바닥을 뒤지는겨 ?
별일도 다 있어라 !
그뇨자가 무안해 할까봐 쳐다 보지도 않은채
뒤도 안 돌아보고 슬그머니 그자리를 떠나와서 얼굴도 알수도 없다.
여그까지 얘기가 진행되는데
아는 척 많이 하는 칭구가 하던 말을 가로 막고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야 ! 그게 요즘 주택가를 파고 드는 성매매범 일당이다.
까닥하믄 걸려들뻔 했다야 !]
[걸려 들긴 뭘 걸려 들어 ! 얘기를 끝까지 들어 봐야지 ! ]
[그 다음이 뭔디...? ]
[뭐긴 뭐여 ? 간밤에 꾼 꿈이였지...
하두 이상해서 오늘 하루를 얼마나 조심했는지 아냐 ? ]
[싱겁기는 ...]
내 플래닛이나 불러그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무덤덤하게 그렇게 대하듯
성인군자도 아님시롱 꿈속에서도 그리했나 싶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그리한 게 꿈속에서도 그대로 반영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늘 인연이 아닌 것을 인연이라 생각하지 말고 또 미련도 두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고
과거에 얽매여 내일에 어려움이 따라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산다.
달리는 올림픽 육상선수가 뒤돌아 보며 뛰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그런 사람이 우승한 사례 역시 없다.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작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될듯 싶다.
글 /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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