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허튼소리.(자작글)

그것두 지대루 못 맞추냐 ?

서프란 2007. 11. 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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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

한 두해 살아온 것도 아니련만 울 옆지기와 나와의 삶은 늘 엇박자 부부다.

다시 말해 듀엣불가,  고음 불가다.

 

한날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후 집으로 데려다 줬으면 하는데

파출소까지 운동삼아 걸어 갈테니 파출소앞으로 오라고 한다.

한 참후  전화가 걸려왔다.

모 은행 앞이라고...

은행은 약속장소인 파출소가는 길목 300m 전이라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부랴부랴

파출소 앞으로 갔더니 사람이 없다.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모 은행 앞이라고 한다.

[또 당했구만. 워메 미쵸 불겄네 !]

몇차례의 신호를 받고 회차를 한후 옆지기를 태웠다.

약속장소인 파출소에서 기다리지 왜 여기서 기다리느냐고 했더만

[은행 앞이라고 했잖어 ! ]

[ 돌아 불겄네 ! 은행앞에서 기다린다고 했으면 이곳으로 올텐데

지금 은행 앞에 있다고 했잖어. 파출소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줄로 알고 부랴 부랴 왔잖어 ! ] 

[약속장소 변경 x x 은행 앞으로 오삼]이라고 문자를 날리면 알아묵을 것을 

은행앞이 무신 말이냐고 했더만

약속장소 변경이 아니라면 굳이 왜 전화를 했겠느냐고 한다.

그것 하나 딱딱 못맞추느냐는 핀잔같기도 하고 이유있는 항변이기도  한것 같다.

그렇게 몇마디의 얘기로 입씨름은 끝이다.

아주 자주 일어나는 일이여서 만성이 돼버렸기도 하지만

유식하게 문자를 쓰믄 우이독경(牛耳讀經)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는쪽은 나임에도 오히려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여태껏 살아 오면서 두 세번씩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저질러 놓고도

잘못했다는 소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어찌 된 사람이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을 할줄 모르느냐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하는말

[실수 안하고 살면 그게 어디 사람이여 ? 신이지 ! ]라고 한다.

말 된다.

어휴 ! 곰보다 여우가 낫다는 말의 의미를  일깨워 준 뇨자야 !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르지 않는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하는데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복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제는  만성이 됐고 나이들어 더 하지나 말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그럴때마다 가끔씩 집에 키우던 도사견이 생각날때가 있다.

도사견이 성견이 다 돼갈 무렵 공을 물어 오라고 담벼락 쪽으로 굴리면 열심히 쫓아 가다가

머리를 담벼락에 부디치고 돌아서서 깨갱도 아니고 끄~응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공을 따라오는 것인지 내게로 오는 것인지 돌아 와서는 공을 또 던지면 또 따라간다.

열번이면 열번, 아니 하루 종일이라도 머리 부디치는 일은 계속되었었다.

그게 도사견의 한계였던거고 견공 중에 제일 멍청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었다.

학습효과 불가 판정...

 

한 날은 옆지기에게

[나는 다시 태여나도 당신과 부부가 돼서 또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 ]라고 말해 봤더니

일언지하

[한번으로 족해 ! ] 

말해 뭣하랴 !  나라도 옷가지나 자동차 같으면 고가라 할지라도 몇번을 바꿨을 터이고

안 되면 튜닝이라도 했을것을...

 

극히 드믄 일이겠지만

평생을 살고도 모자라 다시 태여나도 부부로 살고 싶은 그런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과 함께

그런 애틋한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

내 스스로 그런 삶을 만들지 못한 잘못의 근원이 내게 있음이라는

반성도 함께 해 보면서...

 

 

                                          글 / 산골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