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허튼소리.(자작글)

부치지 못한 편지 3.

서프란 2007. 2.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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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 찬 바람이 길 모퉁이를 돌아

여민 앞 가슴으로 파고 들어오는 그런 계절의 한가운데에서

시린 가슴을 더 시려오게 하는

뜻하지 않은 당신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다는....

 

너무나 긴 세월의 막힘속에 살다가

이제 와서 무슨 까닭으로 당신은 나에게 힘들다는 말로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건지요 ?

나에겐 이제 당신의 내민 손마져 잡아줄 여유로움조차 없는 줄은 아시는 건지요 ?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어듯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나만의 내가 아닌것을  당신만이 모르는 것은 아닐진데

무슨 까닭으로 고달프고 가녀린 손끝을 날 보고 잡아 달라 하는건가요 ?

 

아주 예전의 일이지만

당신이 내곁을 떠날때를 한번쯤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

 

만날때마다 애써 눈을 피하려 했던

당신의 눈속에서

다른 또 하나의 사랑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비춰졌을때

 

이미 난

당신의 가슴속에서 밀어내고 있는 존재임을 느꼈었고

그런 까닭에

당신 곁을 떠나 주는게

진정 당신을 사랑하는 것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잊으려 애를 썼고

잊혀진줄 알았고

이렇게

잊고 살아야만 되는 줄로 알았습니다.

 

흔적조차 희미해져 가고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되돌릴 수 없듯이

이제는 되돌아 갈수도 없는 과거속의 시간인것을

이제 와

날 보고 어쩌란 말이였는지요 ?

 

그런 까닭으로

[전화 잘못 거셨네요]란 말로

애려오는 가슴을 하고 당신과의 통화를 끝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전화로 못한 말을 지금 마져 하렵니다.

[미안해. 많이,   아주  많이 많이...]

 

 

 

                   글/ 산골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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