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xophone Note.

疱丁解牛(포정해우)의 마음가짐으로...

서프란 2008. 1. 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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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壯子)의 양생주(養生主) 포정해우( 疱丁解牛)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 포정(疱丁)이란 백정이 문혜군이란 왕 앞에서 

한손으로는 소를 잡고 어깨를 기울이며 발로 짓누르고 무릎을 버티며 소를 풀어내는데 (잡는데)

피륙이 갈라지면서 휙, 샹 소리를 내고, 칼을 밀어 넣을때

훅하며 내는 소리가 음악 소리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탕임금 때의 악곡인 상림(桑林)에 맞추어 추는 춤과 합하며,

요임금 때의 함지(咸池)라는 악곡 가운데 하나인 경수(硬水)의 음절에도 들어맞는 것이였습니다.

 

문혜군이 말하길 

[오!  훌륭하도다, 어떻게 이런 경지에까지 기술을 익힐수가  있었느냐 ?]

포정 은 대답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로서,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풀어 낼 때는 온통 소만이 보였습니다.

삼년 뒤에는 소의 몸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명(神明)으로 만나되 눈으로 보지않고,

감관과 사려 작용은 멈추어지고 신명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소의 자연스러운 결(天理)을 따라 힘줄과 뼈의 틈 사이를 치고

칼을 골절 사이의 빈 곳으로 집어 넣습니다.

소 몸체의 자연을 따르니 경락과 뼈에 엉킨 힘줄조차 부디치지 않는데

하물며 어찌 뼈에 부디칠 일이 있겠사옵니까 ?

 

유능한 백정이 한해에 한번 칼을 바꾸는 것은 뼈를 자르지 않고 해체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옵고

보통의 백정이 달마다 칼을 바꾸는 것은  칼로 뼈까지 자르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저의 이 칼은 19년을 사용하였고 풀어 낸 소도 수천 마리나 됩니다.

그러나 칼날은 아직도 숫돌에서 방금 갈아 낸 듯합니다.

소의 골절에는 틈새가 있으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칼날로 골절 사이의 빈 틈에 넣으니 넓고 넓어서 칼날을 늘림에 반드시 넉넉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19 년이 지나도록 칼날이 숫돌에서 방금 갈아 낸 듯한 것입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매번 뼈와 힘줄이 엉켜 붙어있는 곳에 이르면

저도 쉽게 보지 않고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경계하여 시력을 집중하고,

움직임은 서서히 하여 칼을 매우 가볍게 움직여 흙덩이가 땅에 쏟아지듯 휙 풀어 냅니다.]라고...

 

 

그렇듯

색소폰이라고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

아무 생각없이 그냥 불어 대기만 한다면 매달 칼을 바꾸는 백정과 같이 될 것이고 

조금의 생각을 하면서 연습를 한다면 한해에 한번 칼을 바꾸는 백정정도는 될 것입니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무턱대고 불어대는 것보다

소를  뼈와 살코기를 분리하듯

연주곡의 어디가 몇 박자이고 리듬의 흐름은 어떤 것인지

음의 강약은 어디에 주어야 듣기좋은 연주가 되는지

또 다른 연주자의  좋은 연주는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등을  생각해 가면서

연습을 열심히 하다보면 소가 소로 보이지 않듯이  

처음엔 일일이 키를 쳐다보고 운지를 했었지만

지금은 보지 않아도 포지션을 찾을수 있듯이 악보도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보이고

몇번만 곡을 들어도 곧 바로 연주에 임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도 멈추지 않고  연주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인가 도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런지요.

울 님들 모두의 득음을 기원해 봅니다.

 

   아자 ! 아자 ! 화이팅 !

 

                                 / 산골 너구리.

 

 

 

그 어느겨울 (소프라노) - 장 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