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문무를 겸비한 붓꽃

서프란 2008. 4.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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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리는 붓, 잎은 칼을 닮은 붓꽃

 

 

옛날 옛날 먼 옛날 중국에 칼솜씨가 뛰어난 청년이 살고 있었다. 청년은 스승의 뜻을 잘 받들어 항상 겸손하고 남을 존중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수련이 끝났다고 생각한 청년은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 어깨에 힘주며 얘기했다.

“내가 말이야. 이제 세상에서 칼을 가장 쓰는 사람이야.”

“어머! 정말이요?”

“그렇다니까.”

옆에서 처음부터 얘기를 들고 있던 한 노인이

“오, 그게 사실이오?”

라고 물었다. 청년은

“그럼요. 이 세상에서 나를 당해 낼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하하!”

“자, 그러면 이걸 받아 보시오.”

하고 지팡이로 청년의 머리를 내리쳤다.

청년은 칼 한 번 빼 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노인은 바로 청년의 스승이었다. 노인으로 변장한 스승이 함부로 칼솜씨를 뽐내는 제자를 보고, 나중에 더 큰 죄를 지을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스승은 청년을 잘 묻어주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이듬해 그 청년의 무덤에는 칼 모양의 잎에 싸여 후회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보라색 꽃이 피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붓꽃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다. 풀이나 나무 중에는 관련된 전설이나 신화가 딸려 있는 것이 많다. 식물의 학명은 세계적으로 통하는 이름이지만, 보통 학명을 부르지 않고 그 나라 말에 맞게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름을 붙일 때는 대개 꽃, 줄기, 잎 등 식물체의 모양이나 사는 곳에 따라 붙이기도 한다.

붓꽃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의 모습이 영락없이 붓을 닮았다. 진한 보라색 꽃 끝을 보면 이제 막 먹물을 적셔 일필휘지로 내두를 것 같은 붓을 연상시킨다. 또한 붓꽃의 잎은 위의 전설에서 보았듯이 끝으로 갈수록 날카로운 칼을 닮았다. 붓꽃을 보면 문무를 두루 겸비한 선비이자 장수가 떠오른다.

전설의 청년이 무술을 수련한 후 학문 연마에 힘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문무를 겸비한 멋진 사람으로 거듭 날 수 있었을 것이다. 청년의 무덤에서 피어난 붓꽃은 칼만 가지지 말고 붓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이제 5월이 되면 붓꽃이 필 것이다. 문무를 겸비한 붓꽃을 보면 자신의 작은 재주를 떠벌이다 허망하게 죽은 청년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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