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글.

풀무질과 나막신.

서프란 2008. 5. 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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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의 갈피
      
    
    ♤ 풀무질과 나막신 ♤  
    雪裏古閣, 丹靑倍明; 江中纖笛, 腔調頓高. 
    不當泥於色何明聲何高, 當先於雪之白也江之空也. 
    一轉眼혜鍛阮극, 豪傑之寓心, 譏之責之, 
    則不曉半箇事人. 伊人胸中, 果有鍛與극乎哉.
    눈 속 옛 누각은 단청이 배나 밝고, 
    강 가운데 가녀린 피리소리는 그 곡조가 더욱 높게 들린다. 
    빛깔이 얼마나 밝은지 소리가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마땅히 하얀 눈과 텅빈 강물을 우선해야 하리라. 
    풀무질하던 혜강과 나막신 좋아하던 완부에게 
    한번 눈길을 돌려 호걸들이 마음 부치던 것을 
    나무라고 꾸짖는다면 조금도 일에 밝지 못한 사람이다. 
    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과연 대장간과 나막신이 있었겠는가?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
    


      단청이 퇴락한 옛누각이건만 눈속에 이를 바라보니 그 빛깔이 더 선명히 고와 보인다. 같은 피리 소리인데도 텅빈 강물 위에서 들으면 더 맑게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그 빛깔이 곱고, 그 소리가 맑았던 것은 눈 속이요 강물 위였던 까닭이다. 내 마음이 희고, 내 마음이 텅빌진대 비로소 사물의 본 모습, 참 소리가 보이고 들리리라. 혜강은 자기집 버드나무 아래 연못을 파고 거기 앉아 한여름이면 대장일을 했다. 완부는 저 신을 나막신에 밀랍을 손수 칠했다. 그들은 호걸스런 인물이었는데 천한 사람이나 하는 일에 그 마음을 부치었다. 혜강은 그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풀무질을 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완부는 나막신을 손질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깊은 속은 헤아릴 줄 모르고 겉만 보고 군자가 어찌 그따위 일에 마음을 쏟느냐고 욕하고 나무란다면 그것은 참으로 사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눈 녹은 후 그 누각을 다시 찾아가서는 전날 그 단청 고운 것에 속은 것을 억울해 할 자들이다 제작:왕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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