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스코틀랜드의 새내기 의사인 니콜라스는 지구
의를 돌리다 딱 맞딱뜨리게 된 아프리카의 우간다로 지원 근무를 떠나게 된다. 그 곳
에서의 예측불허의 삶에 대한 동경심을 간직하고서. 그리고 처음엔 모든 게 다 제대
로 되어가는 듯 보였다. 이국적인 여인과의 하룻밤 사랑을 비롯하여.
하지만....
그가 도착한 우간다는 정권이 바뀌는 혼돈의 와중에 있던 시기였고, 후에 세계적으로
지탄 받고 쫓겨나는 이디 아민이 막 정권의 수장으로 들어서던 바로 그 때였다. 그는
주위의 어떤 인물도 믿지 못하고 있었고, 자신 안에 내재된 두려움과 가난한 어린 시
절에서 오는 왜곡된 가치관으로 그 자신 혼돈의 와중에 있는 인물이었는데 우연치 않
게 니콜라스를 만나 그의 담대함과 순수함에 빠지게 된다. 또한 자신의 손을 치료해
주는 그를 보고 맘에 들어 당장 자신의 주치의로 삼으려고 한다.
니콜라스는 처음엔 거절하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병원에서 근무하길 원하지만 계
속되는 아민의 설득과 그의 달콤한 칭찬에 길들여지게 되면서 그의 청을 결국 수락
하게 된다. 그 후부터 이전에 평탄했던 삶과는 극적으로 다른 인생 길, 그것도 아주
위험한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어쩜 이디 아민이 니콜라스에게서 발견한 것은 자신과 비슷한 맹수의 야생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단 시간 안에 그에게 확실한 필이 꽂혀 그를 거의 심복으로 여기고,
그를 맹신하는 걸 보면서 그와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동감성이라고 여겨졌다. 동시에
흑인들로 둘러쌓여, 멀리 고향을 떠나와 있는 백인의사의 모습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또한 그는 자신이 꿈꾸는 천국의 생활을 그에게 제공한다고 여기는 듯한 착각을 범하
다가, 그를 깊은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모든 독재자들이 밟는 그러한 전철을 그 또한
똑같이 흉내내고 있었다. 처음에 꿈꾸었던 대중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벌이는 그 모든
허상에서 점차 깨여나 미치광이의 광기에 이르는 수순 말이다.
처음에 니콜라스는 이디 아민이라는 인물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의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인 듯 보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만나게 되는 영국인들에게서 그의
잔인성과 횡포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자신 또한 발견하고는 발을 빼려고 한다. 하
지만 너무 늦어버린 걸 깨달기도 전에 그는 더 깊은 늪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데 여기
서 나는 길들여짐의 위험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 거란 걸 다시금 깨달
게 되었다. 또한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우리들이 간과
하기 쉬운 교훈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측근에서 그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니콜라스의 충언에도 아랑곳없이 점점 광폭해지
는 이디 아민을 드디어 니콜라스는 제거하려고 결심하는데 그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그들의 행동 앞에서 드디어 자신의 잘못된 판단
에 대해 눈을 뜨고, 또 자신이 직접 목격한 그의 잔학성에 대한 확신때문이기도 하지
만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 케이가 위험에 빠지게 될 거라는 두
려움때문이기도 했다.
드디어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 그는 이디 아민의 다른 심복에 의해 들
켜 잔인한 형벌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도 노출이 많이 되
고, 또 폭력과 잔인성에 있어서도 다른 영화와는 차별화되게 수위가 높은 것도 사실
이지만 그러한 장면 자체보다는 상황의 잔학성에 충분히 공감하므로 넘어갈 수가 있
었다. 그래도 비위가 많이 약하신 분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힘든 장면이 많이 있다.
또한 이 영화가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도 그렇지만 이디 아
민을 연기한 유명한 헐리웃의 성격배우인 포레스트 위타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더
욱 그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듯 하다. 그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 밖에도 영국의 아카데미를 비롯, 여러
상을 휩쓸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는 여전히 식어들 줄 모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위기에 빠진 니콜라스를 도와주고 자신
은 그들의 총에 목숨을 잃는 병원의 한 의사의 입을 통해 드러낼까 한다.
"내가 왜 당신을 도와주는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누군가 이런 이곳의
상황을 외부에 알려야 하고, 또 당신이 했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 싶네."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우리가 했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누군가에게서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을 우리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만큼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어지면서. 결국 이것도 사랑이야기였고 그러므로 다 끝
난 후 가슴이 따뜻해졌다.
또한 마구 퍼붓는 사랑처럼 보이는 집착과 담담하지만 진실로 드러나는 사랑 사이에
서 진짜를 구별할 수 있는 현자의 눈을 가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만들고
사람이 산다는 게 과연 뭘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
음에도 역시 이 영화를 만난 기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