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이지(본명은 Isobel Cooper)의 두번째 앨범 [Ascolta]는 그녀가 갖추고 있는 상품성 즉, 젊음과 미모와 또 아름다운 보이스 컬러 등으로 인해 적절한 마케팅만 이루어진다면 고급스런 음악을 선호하는 음악 수요층에게는 충분히 먹혀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본명을 버리고 이지(Izzy)라는 예명을 쓰고 있는 것 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스코트가 Izzy였는데 이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게다가 코에 피어싱을 하고 있는 등 외모만 보아서는 완전한 신세대 팝 아티스트의 모습이다.
그녀는 클래식 오리지널과 창작곡을 섞어 담은 1999년의 첫번째 앨범 [Libera Me]로 영국 클래식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바 있고 200ㅐ년 브릿 어워즈에서 클래식 부문 '최우수 여성 아티스트' 부문 후보로 오른 바도 있는데 바로 그 첫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크레이그 레온(Craig Leon)-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비롯해 라몬스(The Ramones), 블론디(Blondie) 등의 앨범을 제작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이 또 다시 프로듀서로 나선 이번 앨범은 유명한 영국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는데 클래식과 전통 민요,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이지의 우아하고 세련된 클래시컬 보이스와 현대적 감각의 편곡이 어우러져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앨범 수록곡중 눈길을 끄는 것은 첫 트랙으로 실려있는 'Una Furtiva Lagrima'. 바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제 2막에서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로 너무나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 특이하게도 이 앨범에서는 도입부에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의 멜로디를 보컬로 삽입해 넣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중에서 나오는 그 귀에 익은 멜로디를 담고 있는 'Going Home'은 첼로와 피아노의 단촐한 반주로 노래해 주고 있으며 비제의 오페라 <진주잡이> 중 'Au Fond Du Temple Saint'은 보통 남성들에 의해 불려지던 것을 세 파트로 나누어 이지 혼자서 이를 불러주고 있다.
클래식 아티스트이지만 뵤크와 마돈나, 사라 맥라클란, 그리고 심지어 매시브 어택에 이르는 다양한 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는 이지의 이 앨범 [Ascolta]. 클래식의 우아함과 팝의 자유분방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이 여성 소프라노의 세련된 음악은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이 봄에, 우리들을 음악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