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사랑이 찾아 온다면
- 이 채 -
당신의 새가 되어 종일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일이라면
당신의 꽃이 되어 날마다
방긋 방긋 웃으며 피는 일이라면
누군들 마다 할 이유 있겠는가
당신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바람소리 들으며 호숫가를 거닐다가
유유한 물결위에 나뭇잎 배 띄우고
당신과 함께 노젖는 일이라면
언젠들 고단 할 이유 있겠는가
세상의 눈이 심상치 아니하고
세월의 바람이 예전과 다르다 하여도
중년에 사랑이 찾아 온다면
이보다 가슴 떨릴 일 또 있을까마는
이제와 새삼
저 산너머 꽃무지개 뜨기라도 할까
얼지 않은 땅이면
어디에도 꽃이 피는데
살며시 꽃바람이 앉았다 가는데야
일렁이는 그 가슴 따로 있을까마는
녹녹한 중년의 뜰에
때깔 고운 꽃망울 피기라도 할까
중년에 사랑이 찾아 온다면
마음 같아서야 열번이고 백번이고
새소리 아늑한 숲 속
사랑의 집 한채 짓고도 싶지만
언제고 한번이라도
내 마음대로 살아 본 적 있던가
눈물을 머금고
내 깊은 가슴숲에 묻어나 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