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복도 담을 그릇이 있어야.
제조업에 몸 담고 있던 시절
거래 제재소의 한 직원으로 부터 상의를 할게 있다며
만나자는 제의를 받고 그를 만났다.
얘기는 의외이다.
느네 사장하고 상의할 일이지 왜 나를 불러 냈느냐 했드만
즈네 사장넘은 욕심이 많아 못 믿겠다고 한다.
세상엔 별꼴두 다 있다.
그넘 처가집에 딸만 둘인데 장인 장모가 연로 한데다가 장모가 중풍이 와서
부득불 큰 사위집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한달이 채 안돼
큰 사위는 날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기 시작하고 사위의 눈치가 불편스러워
다시 집으로 돌아 와 계시길래
둘째 사위인 그 넘이 생긴건 고릴라지만 심성은 착한지라
잘 해 드리진 못 하드라도 우리 먹는대로 해 드릴테니
우리집으로 가서 같이 살자고 모시고 와서 살게 되었다 한다.
쉬는 날이면 장모님을 택시로 전국에 유명하다는 한의원, 침 잘 놓는 사람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한다.
그러길 일년이 다 됐을 무렵,
통장을 내놓으며 얼마 안 되지만 집이 얘들하고 비좁으니 좀 더 큰집으로 이사해서 살자며
거기에 보태라고 통장을 내놓는데 얼핏보고 164 만원 정도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집사람에게 보관했다가 장인어른 필요할때 돌려 드리라고 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난후 집사람으로 부터 그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장난이 아닌것 같다고 해서
통장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그만치 16억이 넘는 금액,
달동네에 어렵게 살아온 분들이라 그만한 돈을 가지고 있으려니 생각도 못했고
믿기질 않아 은행에 찾아가 확인을 하니 맞는 금액이라 하드란다.
장인도 어두운 편이라 계속 저축만 했지 그 정도의 금액인줄도 모르니까
사위에게 집 사는데 보태라고 한듯 싶다.
그돈을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좋은 방법을 일러 달라고 한다.
뭐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 신도시 쪽에 12억에서 14억짜리 조그만 건물이나 하나 사고
나머지는취득에 관련된 세금도 내고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절대 그돈이 생긴걸 내색하지 말고 다니는 직장은 열심히 다니라고 했다.
한달이 지난무렵,
제재소 사장넘이 그넘 얘길한다.
맛이 간넘 같다면서 그 월급 주제에 사장넘보다 더 좋은 새차를 빼 가지고 다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넘이란다.
쉬는 시간에 조용히 한쪽으로 불러 물어봤다.
장모님을 택시로 모시고 치료하러 다니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왕이면 편하게 모시고도 싶고
부동산 사무실에 다니다 보니 사람 무시하고 말대꾸 (상대)도
안 하려 들어 차를 사게 됐다고 한다.
사람이 어둡게 보이고 어눌한 짓을 하니 그렇지 차 때문에 사람 대접 안 해줄까 ?
일났네, 일났어 !
[이제부터 너 시끄럽게 생겼다. 뒷 일을 어찌 감당할래 ?]
[뭔 상관있시유 ? 장인 어른이 나한테 준 돈인디...]
[그게 그리 간단할거 같지 않네, 이 사람아 ! 우째 그리 세상을 모르나 ?
머리 아픈일은 이제부터 시작인듯 싶으니 잘 알아서 해라.]
그뒤 다니던 제재소도 그만두고 한 동안 소식이 없었는데
후일에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큰 사위가 자기도 권리가 있다며
소송이 들어오고 그돈 안 빼길려고 급히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다
부동산 사기에 휘말려 다 날리고
큰 사위와의 싸움 과정에서 증여가 들통나 증여세를 물게됐고
그 증여세를 낼돈조차 없어 못 내고 사는 집마져
세무서에서 압류가 들어 왔다고 한다.
그일을 보면서
복도 받을 만한 그릇이 준비 돼 있어야지
그릇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복이 찾아오면
아니 오는것만 못 하다는걸 느끼게 하는 계기였다.
글 / 산골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