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에는 ....
어느 보부상이 여러 날의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스님과 함께 산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적막한 산길을 말동무 삼아 함께 걸어 가던중,
보부상에게 스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길을 가는 것도 보통 인연은 아닌듯 하니
내가 그대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한가지 지혜의 말을 일러 주리다."
"지혜의 말이오?"
"그렇소이다. !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때는 꼭 이 말을 생각한 후에 행동하시오."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
성이 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생각하시오.
그러면 큰 화를 면할 것이오."
보부상은 그 스님의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사뭇 깊어 있었습니다.
싸립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슴프레한 달빛아래
툇마루에 웬 두 켤레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있는 게 보이는 것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니 하나는 아내의 신발이고
다른 하나는 남정네의 신발이었습니다.
방문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들여다 보니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아내는 까까머리 중같이 생긴 사람을 꼬옥 껴안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본 보부상은 부화가 불처럼 치밀어 올라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가지고 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막 방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문득 스님의 말이 떠 올랐습니다.
보부상은 씨근덕거리며 쿵닥거리는 가슴으로
스님이 한 말을 크게 외치면서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소리에에 놀라 잠이 깬 아내가 밖으로 나와 보부상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까까머리 중이 뒤 따라 나오며
"형부! 오랫만에 뵙습니다."하며 인사를 합니다.
까까머리 중은 바로 보부상의 처제였던 것이였습니다.
보부상은 칼을 내 던지며 스님이 들려 준 말을 다시 한 번 외쳤습니다.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바람 잔 곳